기상 예보대로 새벽부터 눈이 내렸습니다. 아침을 먹고 청소하고 밖을 보니 어느새 눈이 그쳤습니다.
샤샤는 아침부터 눈싸움과 눈사람 만들기를 하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눈이 그쳐서 아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얼른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햇볕에 있는 눈은 거의 다 녹고 그늘에 눈이 조금 남아있었습니다. 그 눈이 녹을새라 눈을 뭉쳤습니다. 생각보다 잘 뭉쳐져서 금세 뭉치 몇 개를 만들었습니다.
한바탕 눈싸움을 하고 나서 지친 샤샤를 눈썰매에 태웠습니다. 지난 번 비발디파크에 갔을 때 비가 와서 제대로 타보지 못한 눈썰매였습니다. 겨우 주차장을 몇 바퀴 돌고 바로 눈사람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샤샤는 뭔가를 만들 때면 놀라운 집중력으로 어느새 디자이너가 됩니다.
뭉친 눈을 이리저리 몇 바퀴 굴리니까 크기가 확실히 커졌습니다.
눈이 많이 없어서였을까요? 샤샤는 어느새 다른 눈뭉치를 뭉치고 있습니다. 자고로 눈사람은 커야 맛인데... 저는 좀 더 크게, 좀 더 멋지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샤샤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어느새 머리를 만들어 몸통 위에 올렸습니다.
이게 끝인가? 얼굴이나 팔 같은 거 목도리라도 둘러야 하는 것 아닌가? 심플리스트 샤샤 디자이너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샤샤가 전시할 곳을 발견했습니다. 양지 바른 곳에 놓인 벽돌 블록이었습니다.
"여기는 햇빛이 잘 들어서 녹을텐데 괜찮아?"
"괜찮아. 집에 가져갈 수는 없잖아."
참 쿨하구먼!
저도 모르게 제 마음속에는 눈사람에 대한 크기와 모양이 고정관념처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샤샤가 그걸 몰라서 이렇게 만든 것인지 알면서도 하고 싶은 대로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눈사람은 크지 않아도 손이나 눈코입이 없어도 눈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틀에 박혀 있는 생각을 한다면 또다시 비슷한 것만 만들어 내겠구나 싶었습니다.
샤샤는 가장 목적에 충실한 눈사람을 만든 것 같습니다. 눈사람 만들기는 놀이 중 하나이고, 놀이의 목적은 자유롭고 재미있기 위해서인데 샤샤는 작은 눈사람을 만들면서도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