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샤네 집은 얼마 전 집에 있는 모든 슬라임(액체괴물)을 폐기 처리하였습니다. 환경호르몬과 건강의 문제를 다 떠나서 샤샤의 바지 두 벌을 버려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슬라임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샤샤가 가지고 놀던 슬라임은 손에는 물론 옷에도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성분인지 모르지만 옷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정도면 좋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에 내려진 결정이었습니다.
다행히 샤샤도 큰 반발없이 따라주었고, 더이상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슬라임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익숙한 재료인 천사점토, 클레이를 다시 꺼냈습니다.
사실 슬라임은 클레이처럼 어떤 모양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이었습니다. 물론 토핑을 이용해 여러가지로 꾸밀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뭔가를 만든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샤샤는 다시 클레이로 돌아왔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 집에 가니 제 책상에 요런 신통방통한 모양의 클레이가 놓여있었습니다. 이게 뭐지? 뭘까? 제 고민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샤샤가 한 마디 툭 던집니다.
"만두야."
만두? 아, 지난 추석에 빚어봤던 그 모양이네. 사실 저기까지는 샤샤가 잘 따라했는데 저기서 양끝을 잡고 모아서 둥근 모양을 만드는 것을 어려워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손끝에 기억이 남아 만두를 만들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무슨 만두게?"
무슨 만두?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저 속에 뭔가가 들어있다는 뜻인데 괜히 눌러봤다가 모양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여러가지 생각에 선뜻 말하지 못하고 있었더니 전혀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공기 만두야."
왓? 공기 만두?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제가 놀란 얼굴로 쳐다보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합니다.
"만두 속에 공기를 조금 넣었어."
오잉~@@
만두 만들 때 만두소 넣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나봅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렇게 끝을 집으면 만두소가 빠져나오지 않듯 공기가 빠져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공기가 갇혀 있으니 공기 만두가 되는 게 맞지요.
사물에 대한 다른 관점은 다르게 보기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데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것보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으니까요.
오늘도 한 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