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후 월요일 같았던 어제 저녁 샤샤와 키코대디는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냉장고를 봤습니다.
샤샤맘이 샌드위치에 넣으려고 산 베이컨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계란...
저는 예전에 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바쁜 시간이면 주방에서 이모님들 일을 돕곤 했는데요, 거의 모든 반찬에 계란말이가 나가기 때문에 계란말이는 필수 반찬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때 저는 노련한 마성의 계란말이 비법을 전수받았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마성의 계란말이와 베이컨을 함께 먹는다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계란을 풀고, 썰어놓은 파를 넣고, 슬라이스 치즈도 잘게 잘라 넣었습니다. 그리고 계란을 휘저은 후 잘 달궈진 팬에 조금씩 부어 얇게 폈습니다.
익기 시작하면 끝부분에 다시 계란을 넣어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보통 네모 모양으로 말아져야 할 계란이 동그랗게 김밥처럼 말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어쩐다?
저는 뒤집개로 꾹꾹 눌러가며 모양을 만드느라 추가 계란을 붓지 못했습니다.
결국 동글네모스름한 얇은 계란말이가 나왔습니다.
제가 생각한 계란말이는 이런 초라한 모습이 아닌 두껍고 네모나며 통통해서 한 입 가득 먹음직스럽게 들어오는 마성의 계란말이였습니다.
저는 진정하고 베이컨을 구웠습니다. 뭔가 실패했다는 생각에 베이컨으로는 뭘 더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계란말이를 하나 더 해서 두 개가 나왔지만 모양은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차, 계란말이는 어느 정도 식은 다음에 해야 잘 짤립니다.
그래서 모양이 한 번 더 흐트러졌습니다.
다행히 샤샤는 맛있게 먹었지만 다음에 또 해줘! 라든지 아빠 최고! 라든지 그런 반응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양심상 저도 바랄 수 없는 상태이긴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기록해 두는 이유는 더 발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에는 꼭 '마성의 계란말이'를 꼭 성공시키고야 말겠습니다.^^